에너지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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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관리자작성일자
2010-01-15 14:21조회수
7113년.월.일
..우리 몸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본능적으로 일정한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하려 하는데 이를 ‘에너지항상성’이라고 한다. 내가
칼로리를 계산해가며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내 몸은 알아서 섭취에너지와 소비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한 달 전 체중이나 6개월 전 체중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흔히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즉 음식섭취와 신체활동량의 불균형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이것만으로 비만의 원인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우리 몸의 에너지 균형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음식섭취 = 신체활동량 + 신진대사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바로 신진대사다. 실제 에너지소비에서 신체활동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에너지소비의
70%는 내 의지로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체중을
감량하겠다고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였을 때 신진대사로 소비하는 에너지량이 함께 떨어지면 체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반대로 음식섭취량이 늘지 않아도 신진대사 소비량이 감소하면 체중은 증가한다.
음식섭취를 줄이고 신체활동량을 늘려도 신진대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체중은 쉽게 줄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진대사란 무엇인가? 우리 몸은 24시간 쉬지 않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심장은 끊임없이 펌프질을 해야
하고 폐는 호흡으로 계속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내가 아무 활동 없이 가만히 누워있어도 내 몸은 연료를
소비해야 한다. 이것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며 신진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음식을 섭취하면 영양소를 소화 흡수 대사 저장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이를 음식섭취로 인한 열발생이라고
하며 에너지소비의 8~10%를 차지한다. 그밖에 카페인, 흡연, 알코올 섭취 등도 열발생을 자극한다.
다시 비만의 원인으로
돌아가 보자.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의하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비만이다. ‘보릿고개’란 표현이
있었던 6,70년대에 비해 고열량식품이 넘쳐나는 지금 에너지섭취량은 크게 늘었고 농사짓고 먼 길 걸어다녔던
과거에 비해 신체활동량은 크게 줄었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만해지지 않은 70%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비만의 원인을 단순히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이 이렇게 단순하면 해법도
명료해진다.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비만의
치료가 이렇게 쉽다면 해마다 흡연 인구가 감소하듯 비만인구도 줄어야 한다. 그런데 비만인구는 불과 10년 전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비만의 원인을 잘못 찾은 결과다. 비만은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신진대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에너지항상성이 깨져 나타나는 질병이다. 따라서 에너지균형을 통해 체중과 체지방을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항상성을 깨뜨린 요인들을 찾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비만의 치료가 된다.
에너지항상성과
체중조절점
우리는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 먼 옛날 사냥을 나갔다가 아무런 수확없이 그냥 돌아오는 날이면 따다놓은 열매나 풀을
먹고 배고픔을 참아야 했다. 겨울철에는 열매나 풀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그냥 굶는 경우도 많았다. 농경사회에 진입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해 홍수나 가뭄으로 흉년이
되면 초목근피로 연명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다.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은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가급적 비축해두려하고 철저하게 아껴써서 생존한 경우다. 이렇게 기아상태에서도 굶어죽지 않고 용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린 선조들의 후예가 바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우리 몸에는 이러한
‘절약 유전자’가 있어서 여분의 에너지가 들어오면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기아상태에 대비하여 본능적으로 비축해두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단돈 천원만 있어도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시대다. 절약
유전자가 과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현대인들은 빠르게 비만해져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비만 유발 환경’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씬함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옛날 원시인류 시절부터 우리 몸의 체중이나 체지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조절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체지방을 한없이 잃게되면 질병에 걸리거나 자손을 퍼뜨릴 수 없게 되며 기아상태에
닥쳤을 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된다. 반대로 체지방이 계속 쌓이게 되면 몸이 둔해져 맹수의 공격이나
전쟁, 화재 등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희생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인류는
농경사회 이후 사나운 맹수의 공격에 희생될 위험이 없어졌고 따라서 체중조절기준의 상한선이 없어졌다. 즉
환경 변화에 따라 체중조절점이 올라가 더 높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제가공식품이
넘쳐나고 신체활동량이 뚝 떨어진 40여년 사이에 체중 조절기준점이 올라간 것이 21세기 유행병인 비만의 원인이 된 것이다.
에너지항상성과
렙틴 호르몬
1994년에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체내 지방량이 줄어들면 렙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뇌에서
렙틴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받으면 콘트롤러인 뇌는 신진대사 속도를 떨어뜨려 에너지를 아끼고 식욕을 강하게 내보내서 에너지 섭취를 자극한다. 반대로 체내 지방량이 많아지면 뇌는 렙틴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아서 신진대사를 높여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식욕을
눌러 섭취량을 줄인다. 즉, 지방조직과 뇌신경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한 것이다. 렙틴이 생성되지 않게 유전자조작을 가한 실험쥐는 한없이 먹어대면서 형제 쥐보다 체중이 4배 이상 많이 나갔지만 렙틴 호르몬을 주사하자 체지방이 줄면서 정상체중으로 돌아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인류에게 이제 기근이 와서 며칠씩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어야 하는 환경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체지방 조절수준의 하한선은 떨어질 수 없다. 체지방이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성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자손을 퍼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지방 조절수준의
상한선은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대로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났고 몸이 둔해도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꺼내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상한선이 없어졌으니 굳이 기아상태를 겪지 않아도 체중조절점은 ‘비만유발환경’에
의해 야금야금 올라갈 수 있다.
렙틴저항성
뚱뚱한 사람들은
몸 속의 렙틴 호르몬 수치가 부족할까 넘쳐날까? 언뜻 생각하면 렙틴이 정상보다 적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니 뇌에서는 렙틴이 부족하다고 받아들여 식욕을 더 당기게 해서 지방량을 늘려놓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정상체중 사람들에 비해 렙틴 수치가 높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므로 지방량이 많을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렙틴 수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적으로 렙틴이 만들어지지 않아 뚱뚱해진 경우도 있지만 이건 전세계적으로 케이스 발표가 있을 정도로 아주 드물다.
렙틴은 체중과
체지방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몸 속에 지방이 늘어나면 렙틴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뇌에서는 식욕을
누르고 신진대사를 빠르게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데 왜 뇌는 렙틴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전문가들은
이것을 ‘렙틴 저항성’ 때문으로 해석한다. 지방이 많이 축적되어 렙틴 분비량이 늘어났음에도 뇌에서는
렙틴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렙틴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뇌의 수용체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거나 렙틴호르몬이 말초혈액에는 많은데 뇌속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에서는 렙틴이
넘쳐나는데 뇌는 ‘렙틴이 부족하다’고 착각하여 신진대사 속도를 떨어뜨리고 배고픔 신호를 더 강하게 내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살을 빼겠다고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뇌는 ‘렙틴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 체중감량에 강하게 저항한다. 결국 요요현상으로 체중은 원래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
렙틴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이 비만 치료
비만은 우리 몸의
에너지항상성이 깨지면서 체중조절점이 상향조정된 질병이다. 에너지항상성에는 수많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관여하지만 장기적인 에너지균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호르몬이다. 인슐린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렙틴저항성을 악화시킨다. 렙틴저항성이 생기면 인슐린저항성을 악화시킨다. 인슐린저항성과 렙틴저항성은
악순환을 계속하면서 복부에 지방이 쌓이게 하고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을 일으킨다.
만성스트레스 역시
렙틴저항성을 일으킨다. 만성스트레스는 수면장애, 우울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탄수화물을 탐닉하게 하여 인슐린저항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설탕 같은 단순당이나
지방이 많이 함유된 정제가공식품은 입에서 살살 녹는 감칠맛(palatability)으로 뇌에 학습, 기억, 보상(먹고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 기전에 의해 코딩되어 에너지항상성을 교란시킨다. 본능적으로는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포만감신호를 보내지만 뇌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이런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내버려둔다. 단순당, 정제탄수화물, 트랜스지방
같은 정제가공식품 섭취 역시 렙틴저항성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운동부족으로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이 붙는 것도 인슐린저항성과 렙틴저항성의 원인이 된다.
노인의 비만 관리